오답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 만일 있다면, 어떤 가치가 있을까?
지필시험에 익숙한 우리는, 또 우리 어린 학생들은
어떤 경우는 그다지 객관적이지도 않은 대상들에 대하여
오답이라며 너무 빠르게 평가하기를 강요받는 처지가 되기도 한다.
하긴 줄세우기, 양적평가, 랭킹에 대한 과한 믿음은 이미 만연하다.
심지어는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주관적인 분야, 예술분야까지도 기어이 평가를 하려고 한다.
전형적인 예술분야들, 이를테면 나가수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자로 잴 수 없는 대상을 기어이 자로 재고
경쟁의 순기능, 역기능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상생활의 문제에 있어서,
인생에서 부딪히는 여러가지 종합적인 문제들에 있어서
개인의 행복과 관련된 일들에 있어서...
수능시험문제의 답처럼 객관적인 것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심지어는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여러사람의 검증까지 거친 수능시험 문제에서조차도
해마다 몇문제 정도는 정답오답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몇몇 학생들은 '대학 입학의 운명이 오답시비때문에 좌우된다!'고 느끼기도 한다. 아이러니다.
우리가 하는 큰 오해중에 하나는
객관적이라고 느껴지는 정도의 것들에 대해 지나치게 객관성을 부여해놓고 시작하거나,
막연하게 혹은 너무 믿어버리거나 하는 일들이 아닌가 싶다.
'(비록 역설적이기는하나) 정답보다 정답같은 오답들은
창의성의 바탕이 되기도 하지 않는가?'
유명라디오프로그램들에서도 애청자퀴즈때
정답뿐만 아니라 오답도 같이 접수하여.
기발한 오답에는 시상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답이 결코 가치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갖게 한다.
오답도 소중하다. 진정으로 지식을 쌓는 공부란 그런 거다.
오답은 바른 지식을 찾기 위한 과정중에 발생하기도 한다.
어쩌면 오답을 거쳤기에
오답의 과정이 없이 정답을 알게 되었을 때보다,
더 좋은 정답을 찾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학창시절에 공부좀 한다는 학생들은 오답노트를 소중히 하지 않는가?
비교적 바른 것을 분별해내는 객관식 지필고사 도움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 이해하고 탐구하는
유통기한이 길고 실생활에서도 응용가능한 지식을 얻는 일은
오답의 가치를 무시하지 않는 일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대학 입학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느끼는 풍토속에서
시험문제 1문제 더! 점수 1점 더 올리는데 몰입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다고 느끼는 분위기속에서
탐구할 시간마저 아껴야 한다! 우선 외우기에 급급하게 되고,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로서 모아진 것들을 급하게 얻기에도 바쁘다!
지식은 나름 대단히 쌓이는데, 응용이 안되고, 실생활문제와의 연관을 찾지 못한다.
처음 지식을 받아들일 때부터 진정으로 과정으로 탐구로 지식을 쌓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관성을 찾는 일도 탐구의 일환인데, 탐구가 생략된 지식들은 그래서 재고창고에 가득쌓인 재고품들과도 비슷한 처지가 된다.
'탐구를 통해 진정으로 열정있고 과정있고 그래서 유통기한 또한 길며, 응용력 있는 지식을 쌓는 일'은 요원해진다.
오답을 제대로 분석하고 탐구하면,
즉, '왜 그런지?'에 대해서 탐구하는 과정을 거친 오답은...
다음에 더 어려운 시험에서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정답의 바탕이 된다.
또한, 정답 아니면 무조건 오답이라고
이분법적으로 쉽고 재빠르게 평가해서는 안된다.
일상생활과 관련 깊은 문제에서
시험문제의 정답처럼 객관적인 것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이유가 있고 탐구의 과정이 있는 오답은 그래서 나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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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
